나는 드라마 '마우스'가 한국형 스릴러 드라마 중 단연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사전 정보도 없이, 예고도, 줄거리도 모른 채 드라마를 본다면 이 드라마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그러니, '마우스'가 보고 싶다면 그냥 고민 없이 보면 된다. 왜냐하면 절대 시간이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명작 스릴러 드라마 마우스
극본 최란
연출 최준배
2021년 방영된 tvN 드라마 '마우스'는 자타 공인 바른 청년 동네 순경 정바름과 연쇄살인마의 아들로 평생 손가락질 받으며 살아온 의사 성요한 그리고 연쇄살인마에게 부모를 잃고 복수를 향해 달려온 형사 고무치가 그리는 인간헌터 추적극으로 이승기, 이희준, 박주현, 경수진, 안재욱, 김정남, 권화윤, 조재윤 등이 출연했다.
*강력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아직 드라마를 안 보신 분들은 먼저 드라마를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드라마 마우스 줄거리
"사이코패스는 사회가 진화하면서 생겨난 돌연변이 유전자입니다.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구별해 낼 수 있다는 겁니다. 미래의 연쇄살인마를 출생 전에 찾아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유전학 박사 대니얼 리의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근거로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의무화하고 사이코패스 유전자로 확인이 되면 공공의 안전을 위해 부모의 동의 없이 국가가 강제로 낙태시킬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고 한다. 물론 법안은 통과되지 못한다. 그래서 희대의 연쇄살인마 헤드헌터의 아들이 세상을 빛을 보게 된다. 그것이 드라마 마우스의 시작이다.
절대 잡을 수 없었던 연쇄살인마 헤드헌터는 남편의 범행을 눈치챈 헤드헌터 아내의 결정적 증언으로 체포된다. 그때 이미 만삭이었던 헤드헌터의 아내는 대니얼 리 박사에게 유전자 검사를 받게 되고 아이에게 사이코패스 유전자가 있다는 결과에 절망한다. 그날 병원에는 같은 이유로 절망에 빠져있던 산모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아이를 죽일 수 없었던 두 아이 엄마는 서로 아이를 바꿔서 기르기로 하고 조금이라도 사이코패스 성향이 보이면 각자 키우고 있던 아이를 죽이기로 한다.
"사이코패스 유전자 검사가 정확하긴 한 겁니까?"
"99% 정확도를 갖고 있습니다."
"99%요? 그럼 나머지 1%는?"
"천재 유전자입니다. 사이코패스 유전자와 천재 유전자를 실제 비교해보면 유전자 구조가 거의 흡사해서 저조차도 구별이 불가능합니다."
1회에 나오는 이 대화가 이 두 아이 서사의 복선이 된다.
이 두 아이는 각각 순경 정바름, 의사 성요한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 캠핑을 갔다가 연쇄살인마 헤드헌터에게 부모님을 잃고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형을 둔 형사 고무치와 헤드헌터에게 납치되었다가 도망친 PD 최홍주, 또 다른 연쇄살인마 프레데터에게 할머니를 잃은 오봉이, 헤드헌터에게 경고를 날렸다가 두 남매를 잃은 형사 박두석까지 다시 나타난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맞서 싸운다. 단순히 연쇄살인마를 잡는 이야기가 아닌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연쇄살인마를 잡다가 기억상실증에 결렸던 바름이의 이야기이며, 연쇄살인마의 아들로 자라난 요한이의 이야기이다. 나는 '마우스'가 정말 완벽한 한국형 범죄 사이코 스릴러 명작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실험 쥐가 된 두 아이의 이야기 '마우스' 리뷰
"신에게 기도했다. 제발 괴물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사실 바름이의 어린 시절을 보면 바름이가 연쇄살인마의 아들이어서,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연쇄살인마가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바름이는 엄마와 재혼한 아빠,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두 동생과 함께 성장한다. 유치원 때는 뱀에게 쥐를 주고 초등학교 때는 아빠가 아끼는 물고기 어항에 약을 타서 물고기를 모두 죽이기도 한다. 바름이의 아빠는 두 동생만 데리고 놀이공원을 가는가 하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바름이에게 거침없이 손찌검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바름이의 가족이 모두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이 역시 바름이의 소행이라고 의심을 받기도 한다. 바름이는 가족을 모두 잃고 이모와 함께 살게 되면서 자신의 이름을 바름이로 바꾸고 그때부터 바름이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요한이는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내내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캐릭터이다. 연쇄살인마 헤드헌터의 아들로 자라난 요한은 왕따 당하는 친구에게 말을 건네고 하염없이 비가 오는 날 성폭행을 당해 쓰러져 있는 아이를 엎고 죽지 말라고 네가 죽으면 슬퍼할 가족을 생각하라며 간절하게 달렸던 아이였다. 연쇄살인마의 자식으로 끊임없이 손가락질받고 자라면서 그의 따뜻한 마음을 사람들 앞에 점점 숨기게 되었지만 그래도 요한이는 그 누구보다 예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베풀 줄 아는 아이였다. 요한은 새로운 연쇄살인마 프레데터의 정체를 가장 빨리 알아채고 그를 멈추게 하려고 애쓰다 결국 자신이 프레데터라는 오명을 쓰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가 죽어서도 구원하는 것이 바로 바름이다.
나는 요한과 바름이 애초에 사이코패스 유전자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아픈 운명을 피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바름이가 진짜 자신의 엄마와 함께 살며 엄마의 세심하고 따뜻한 배려를 받으며 그의 충동을 이해하고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지지를 받는 환경에서 자랐다면 바름이도 그런 괴물, 프레데터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초등학교 때 토끼 배를 갈라 죽인 일로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바름이는 자신의 팔을 피가 날 정도로 긁는다. 왜 긁냐고 선생님이 묻자,
"애들한테 짜증나는 데 애들한테 풀면 안 되니까요."
라고 답을 한다. 바름이는 어렸을 때부터 자기 스스로 충동을 조절하고 싶었고 또 누군가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기억을 잃고 난 뒤 그의 삶이 그랬고 또 기억이 돌아오면서부터 그가 느꼈던 끔찍한 고통이 바로 그 증거라고 생각한다.
요한이는 죽어가면서도 누군가를 원망하고 분노하고 자신의 죽음을 억울해하지 않았다. 바름이 옆에서 죽어가던 요한의 눈빛은 바름이를 동정하고 연민하는 듯 보였다. 바름과 요한이 태어나기도 전에 그들에게 행해진 어른들의 잘못되고 연속된 선택들이 그들의 삶을 끔찍한 비극으로 이끌었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모든 사람들 고무치 형사, 최홍주 PD, 오봉이 그리고 성요한과 정바름까지 용감하게 운명에 맞서 싸워 승리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드라마였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드라마였다. 깊은 여운을 남긴.
이미지출처 | tvN 드라마 마우스 공식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