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프로파일링토크쇼 지선씨네마인드 시즌2의 첫 번째 영화는 '살인의 추억'으로 영화에서 지목된 세 명의 용의자를 프로파일링하며 이 영화가 왜 살인의 '추억'인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지선씨네마인드 - 살인의 추억
영화 살인의 추억은 2003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당시 500만 관객을 동원하였다. 대한민국 대표 미제 사건이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미치도록 범인을 잡고 싶었던 두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영화이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가진 봉준호 감독은 당시 실제 사건 자료를 참고하여 영화를 준비하였는데, 봉준호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를 함께 했던 배우 배두나에 따르면 범행의 잔혹함으로 인해 당시 감독님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한다. 또한, 박지선 교수는 실제 사건 자료가 많이 들어간 영화라고 알려져 사건자료를 보고 분석하는 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영화를 일부러 보지 않았고 진범이 잡힌 후에야 살인의 추억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았다고 한다.
첫 번째 용의자 백광호
"유도신문과 선택적 녹음"
삽으로 땅을 파며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지만 백광호는 지속적으로 범행을 부인한다. "향숙이가 너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지?" 이 질문은 자신의 얼굴을 보고 찌푸린 사람들을 다 죽여버릴 거라는 백광호의 말에 범행 동기를 만들어 주려고 유도하는 질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형사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녹음한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백광호"
두만이 백광호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설영이 향숙이 살해되던 날 백광호가 향숙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이다. 실제 백광호는 당시 사건 현장과 일치하는 진술을 하는데 이를 듣고 두만은 범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지적 장애가 있는 백광호가 꾸며내기 어려운 진술로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이거나 실행자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신문을 통해 제대로 밝혀 냈었야 했다고 한다.
박지선 교수는 두만이 백광호를 만나기 전 이향숙을 따라다니는 백광호를 본 목격자를 먼저 만나 그날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을 봤는지에 대한 사전 진술을 듣고 백광호르 만나 그날의 이야기를 들었어야 했다고 한다.
"백광호가 범인이 아닌 목격자인 이유"
취조실에서 형사들과 짜장면을 먹는 장면은 봉테일 봉감독이 심어 놓은 백광호가 범인이 아닌 이유라고 한다. 두만과 영구와 함께 백광호가 짜장면을 먹는 장면에서 용구가 먹는 짜장면 그릇에 젓가락이 하나 더 올려져 있다. 그리고 백광호는 손으로 군만두를 먹고 있다. 이 장면은 백광호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형사 태윤이 백광호의 손을 보고 "너 이 손가락이 이렇게 붙어서 젓가락질도 제대로 못 하겠다. 그치?"라고 말한 장면과 통한다. 화상으로 손가락이 붙어 젓가락질도 제대로 못하는 백광호가 그렇게 여러 번 섬세한 매듭을 묶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백광호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이 짜장면 먹는 장면에서 그려낸 것이라고 한다.
또한, 두만과 태윤이 백광호가 한 진술이 목격자로서의 진술임을 알게 되고 찾아가 박현규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날 본 사람이 이 사람이 맞냐는 질문에 백광호는 사진을 보자마자 "불이 얼마나 뜨거운데"라는 이상한 말을 한다. 이는 백광호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연결이 된다. 백광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아궁이에 던져 화상을 입게 된다. 백광호에게 불은 생존에 대한 위협을 나타내는 트라우마이다. 박현규의 사진을 보여줬을 때 불이 뜨겁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다시 시 생겨났다는 것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박현규의 범행 장면을 보았을 때 느낀 공포감이 트라우마로 표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두 번째 용의자 조병순
"진범과 가장 많은 공통점을 가진 용의자"
한 밤중 사건 현장을 찾은 형사들에 의해 사건 현장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던 조병순이 잡힌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이 되지만 영화 상 조병순은 다른 용의자에 비해 주목도가 낮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진범 이춘재가 잡힌 후 비교해 보면 이춘재와 가장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은 조병순이다.
다른 사람이 고통을 당한 사건 현장을 찾아 자신의 쾌락을 추구하는 가학성과 성도착증, 그리고 아픈 아내를 간호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주위의 좋은 평판, 그리고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인 것까지 진범의 가장 많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손이 거칠다는 이유로 혐의를 벗을 수는 없다"
조병순은 유일한 생존자의 결정적 증언인 "진짜 여자 손처럼 곱고 부드러워다"는 진술을 들은 태윤에 의해 용의 선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박지선 교수는 손이 원래 거친 사람을 부드럽게 하는 것은 어려우나 원래 부드러운 사람을 거칠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로 손이 거칠다는 이유로 용의 선상에서 제외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한다.
세 번째 용의자 박현규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
살인이 일어나던 날 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를 보낸 박현규가 마지막 용의자가 된다. 태윤은 박현규의 손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 그의 손이 아주 부드럽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날 박현규의 알리바이를 확인한다. 박현규가 그 시간 집에 있었다고 하자 그날 라디오 방송에서 마지막에 나온 노래가 무엇이었냐고 묻자 박현규는 모른다고 한다. 이는 굉장히 결정적인 단서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박지선 교수는 이는 일상처럼 흘러가는 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해 유력한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한다.
"영화 속 진범은 박현규가 유력"
그래도 영화 속에서 그린 진범은 박현규가 유력하다고 한다. 사건의 시작 시점이 중요한데 사건의 발생시기에 새롭게 나타난 인물이 가장 유력한데 박현규가 이 마을에 온 시기부터 시작된 사건으로 모든 상황을 종합했을 때 박현규가 가장 유력하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영화 속 소름 돋게 그려낸 진범 이춘재의 모습
"두 번째 용의자 조병순의 가학성 및 성도착증"
두 번째 용의자였던 조병순은 다른 사람이 고통한 당한 장소에 찾아가서 쾌락을 추구하는 가학성과 성도착적 증세를 보이는데 이는 진범 이춘재가 피해자들에게 가한 끔찍한 가학적 행위와 닮아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
두 번째 용의자 조병순은 아픈 아내를 간호하며 성실하게 일하는 좋은 평판을 가진 인물이었는데 이춘재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 평판이 좋았다고 한다.
"범행장소 근처의 공장 근무자"
영화 속 배경으로 공장이 자주 잡히고 두 번째 용의자 조병순은 공장 근무자였다. 실제로 이춘재도 사건 지역 공장에서 근무를 했고 사건의 상당수가 이춘재의 출퇴근길에 발생했다고 한다.
"군 제대 후 공장에 취직한 세 번째 용의자 박현규"
세 번째 용의자로 박현규가 지목되고 형사 두만과 태윤은 이춘재의 집으로 향한다. 방을 자세하게 비춰주는데 방안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앨범을 열어 군복 입은 박현규의 모습을 잡아준다. 그리고 박현규 역시 공장의 사무직 근무자였다. 실제 이춘재는 군 제대 직후부터 범행을 시작하였고,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공개된 이후 이춘재의 군복 입은 사진이 언론에 가장 많이 나오게 된다.
왜 이 영화의 제목이 살인의 '추억'일까?
영화에서 보면 첫 번째 용의자로 지목된 백광호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이 자주 나온다. 그곳에서 회식도 하고 싸움도 하고 형사들은 그 식당을 자주 찾고 아들이 고초를 겪고 나왔지만 광호의 아버지는 그들을 친절하게 대한다. 박지선 교수가 가장 마음이 아팠던 장면은 백광호가 현장 검증을 할 때 광호의 아버지가 큰 소리로 "너 아니잖아. 너 안 죽였잖아. 안 죽였다. 내 아들 죄 없다"라고 외쳤던 장면이라고 한다. 이는 실제로 있었던 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과 그리고 그 가족들의 고통을 그린 장면이다.
실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수 만명일 정도로 실제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유족들, 억울하게 용의자로 몰린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까지 지역사회전체를 뒤흔들고 고통을 준 사건이다. 가혹행위를 받다가 뇌사상태에 빠진 사람도 있고 암으로 돌아가신 분 심지어 수십 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분도 있다.
이춘재의 잔혹한 연쇄살인은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피해자들을 비롯한 이 모든 사람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과 영향을 준 사건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추억하고 마음으로 되새겨야 하므로 박지선 교수는 이 영화의 제목이 살인의 '추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