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는 1997년 개봉한 범죄·코디미·로드·액션·휴먼 영화이다. 토마스 얀 감독, 틸 슈바이거, 얀 요세프 리퍼스 주연의 영화로 뇌종양 말기 환자인 마틴과 골수암 말기 환자인 루디가 죽기 전에 바다를 보기 위해 병원을 나와 떠나는 기막힌 여정을 담았다. 차량 절도를 시작으로, 무장강도, 은행강도, 인질극 등 다양한 범죄를 저지르지만 피 한 방울 나지 않고 다치는 사람도 없다. 그저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그 바다를 향해 나아갈 뿐이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
"'I Will Survive'로 시작해 ''Knockin' On Heaven's Door'로 끝나는 영화"
이 영화의 시작은 영화의 첫 장면이 나오기도 전부터 흘러나오는 글로리아 게이너의 곡 'I WIll Survive'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밥 딜런의 곡 "Knockin' On Heaven's Door' (영화에서는 독일의 록밴드 'Selig'가 커버한 버전)가 마지막 장면에서 스크롤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흘러나온다.
허름한 외곽의 '트루 로맨스' 클럽에서 'I Will Survive' 노래에 맞춰 춤을 연습하는 무용단의 모습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누구나 화려하고 멋진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이상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 현실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 결과는 죽음이다. 아직 때가 아니라고는 나는 생각했지만 결국 하얗게 부서지는 거친 파도를 앞에 두고 천국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마틴과 루디의 첫 만남"
마틴과 루디는 열차 안에서 처음 만난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루디는 금연 칸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옮긴 자리에 마틴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종종 규칙을 어기며 살아온 마틴과 규칙을 잘 지키며 바르게 살아온 루디의 목적지는 바로 병원이다. 두 사람은 시한부 통보를 받는다. 그리고 다시 병실에서 만난다.
"마틴과 루디의 의사들"
마틴과 루디에서 시한부를 통보하는 의사들의 태도가 상반된다. 마틴이 의사에게 뇌종양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아무렇지 않게 잘라내라고 말한다. 그때 마틴의 눈을 보면 붉은 눈가에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두려움이 보인다. 그러나 의사는 무덤덤하다. 감정 없는 말투로 그래 봤자라며 너무 늦었다고 말한다. 얼마나 남았냐고 묻는 마틴에게 며칠 안 남았다고 말한다.
반면, 루디의 의사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아버지도 같은 병으로 끝내 돌아가셨다고 말하는 루디에게 지난 20년간 의학은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며 희망을 주고 루디의 마음에 공감을 해준다. 그러나, 루디는 희망을 갖지 않고 죽음을 받아들인다.
마틴은 거칠고 강해 보이지만 사실 난 이 의사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오히려 루디가 더 강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마틴은 보기보다 여리고 겁도 많다. 그 모습을 감추기 위해 애써 강한 척 자신을 포장하려 한 것 같다. 병실에서 잠든 루디에게 죽은 줄 알았다며 괜찮은 지 확인해보고 싶어 담배를 내뿜었던 장면에서도 그런 마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늘이 준 마지막 선물"
벽에 잘 걸려있던 십자가가 떨어져 캐비닛 문이 열리며 데킬라가 나타난 것은 아마 두 젊은이들에게 하늘이 마지막으로 준 선물이 아닐까. 아마 그 데킬라가 아니었다면 마틴과 루디는 바다를 보러 여행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데킬라를 먹기 위해 병원 주방에 가서 소금과 레몬을 찾는데 소금은 한 자루, 레몬은 한 무더기가 쏟아진다. 마치 마틴과 루디를 위해 준비를 해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보스에게 심부름을 가던 압둘과 행크가 아무도 없는 한적한 도로에서 보드를 타던 어린아이를 차로 친다. 병원에 있는 마틴과 루디에게 차를 가져다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천국에 대해서 못 들었나?
그곳엔 별다른 얘깃거리가 없어.
바다의 아름다움과 바다에서 바라본 석양을 얘기할 뿐이지.
물 속으로 빠져들기 전에 핏빛으로 변하는 커다란 공
사람들은 자신이 느꼈던 그 강렬함과
세상을 뒤덮는 바다의 냉기를 논하지.
영혼 속의 불길만이 영원한 거야.
그런데 넌 별로 할 말이 없겠다.
입 다물고 있어야지.
바다를 본 적이 없으니까.
마틴의 얘기를 들은 루디는 정말 천국에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듯 생각에 잠긴 뒤 "소외감으로 겉돌거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바로 두 사람은 떠난다. 바다를 보기 위해.
"무장강도, 은행강도, 총격전, 인질극"
마틴과 루디는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지만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누구 하나 겁먹는 법이 없다. 주유하고 그냥 도망가도 되지만 굳이 가게에 들어와 사장에게 돈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옷 값을 지불하지 않는 방법도 있지만 은행 강도를 해서 옷 값을 정직하게 지불한다. 훔친 차 안에 있던 보스의 돈은 전화번호부에서 맘에 드는 이름을 골라 우편으로 보내준다.
압둘과 행크는 본의 아니게 마틴과 루디가 무사히 바다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경찰은 열심히 마틴과 루디를 쫓지만 자꾸 한 발 늦는다. 들키지 않게 마틴과 루디를 미행하라고 하지만 그 동네 순찰차가 모두 출동해서 뒤를 쫓고 속도위반은 하지만 신호는 칼 같이 지키며 추격한다. 엄청난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누구 하나 다치지도 않고 피 한 방울 나지 않는다.
"그럼 뛰어. 시간이 얼마 안 남았거든."
바다로 가는 마지막 여정에서 마틴과 루디는 단 하나였던 버킷리스트를 모두 이룬다. 마틴은 엄마에게 캐딜락을 선물하고 루디는 '트루 로맨스'에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도주하면서 그들이 마구 써댄 돈의 주인인 보스를 만나게 된다.
내 돈을 가지고 있나?
자네들을 뉴스에서 봤네.
자네들 문제들을 알고 있지.
계획은 세웠나?
네. 바다에 갈 겁니다.
바다를 본 적이 없거든요.
바다를 본 적이 없다라...
그럼 뛰어.
시간이 얼마 안 남았거든.
천국에는 주제가 하나야.
바다지.
노을이 질 때
불덩어리가 바다로 녹아드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지.
유일하게 남아있는 불은 촛불같은 마음 속의 불꽃이야.
마침내 마틴과 루디는 바다에 도착한다.
루디..
할 말이 있어.
알아.
내가 먼저 얘기할게.
두려울 것 하나도 없어.
루디의 말은 들은 마틴은 옅게 웃으며 바다를 향한 발길을 뗀다. 그리고 덤덤하게 바다를 향해 걷는다. 바다는 쓸쓸한 회색빛이고 끊임없이 거친 파도가 밀려온다. 마틴은 그곳에서 천국의 문에 다다르고 루디는 그런 마틴의 곁을 지킨다. 혼자가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유난히 거칠고 쓸쓸한 바다"
왜, 마틴과 루디가 도착한 바다는 넓고 하얀 모래사장에 푸른빛의 잔잔한 바다가 아니라 거친 파도가 끊임없이 밀고 들어오는 차갑고 쓸쓸한 바다였을까.
마틴도 사실 바다를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처음 만난 바다에서 죽음을 맞았다. 마틴이 천국에 도착하면 바다의 아름다움도 바다에서 바라본 석양도 얘기할 수 없다. 그가 만난 바다는 유난히 거칠고 쓸쓸하고 회색빛의 바다였기 때문이다. 함께 슬퍼하고 마지막을 맞이할 가족도 친구도 없어 홀로 병실에 있다가 처음 만난 루디와 바다를 보러 떠난 그를 왜 조금 더 따뜻한 바다가 맞이해주지 않은 것일까?
그게 현실이라서 그랬을까? 바다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만큼 앞으로 해야 할 일, 겪어야 할 일이 더 많은 젊은 나이에 불치병에 걸려 죽을 수밖에 없는 현실, 마지막 순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인사를 나눌 그 누구도 없다는 현실, 드디어 다다른 바다에서 조금의 시간도 더 허락하지 않는 현실.
지금은 비록 힘들고 비참하고 녹록지 않은 현실이지만 나중에는 미래에는 나아지겠지. 천국에서 바다의 아름다움과 따뜻한 석양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죽음을 앞에 둔 나에게 조금은 친절하겠지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세상은 내가 속 시원히 마음껏 행복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리고 길고 긴 바다를 지나 만난 잔뜩 구름 낀 하늘은 하얗게 부서지는 거친 파도를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