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양들의 침묵'은 앤서니 홉킨스,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작품상, 각색상까지 주요 5개 부문 5관왕을 수상하여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지금까지도 최고의 스릴러 영화로 꼽히며 SBS 지선씨네마인드 1회 영화로 등장하여 다시 한 번 관심을 받고 있다.
양들의 침묵
줄거리
여성을 죽이고 피부를 벗겨 유기하는 연쇄살인범 버팔로 빌의 단서를 얻기 위해 FBI 행동과학부 국장 크로포드는 또 다른 연쇄살인범 한니발에게 FBI 수습요원 클라리스를 보낸다. FBI의 인터뷰에 협조적이지 않았던 한니발은 클라리스에게 버팔로 빌에 대한 단서를 조금씩 주고 클라리스는 그 단서를 바탕으로 버팔로 빌을 추적한다.
영화 '양들의 침묵' 볼 수 있는 곳
현재 영화 '양들의 침묵은 웨이브와 왓챠 이용권을 구매했다면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한니발이 클라리스에게 준 단서들
1. "Yourself"
"너 스스로(Yourself)를 잘 들여다봐야 해"
교도소에서 클라리스를 처음 만난 날 클라리스가 버팔로 빌 사건 때문에 찾아온 것을 눈치챈 한니발은 학교로 돌아가라며 돌려보낸다. 돌아가는 클라리스가 다른 죄수에게 모욕적인 일을 당하게 되자 한니발은 클라리스를 다시 불러 대신 사과를 한다.
그러자 클라리스는 자신이 가져온 설문지에 답을 해달라고 한다. 아마 이것은 버팔로 빌에 대한 단서를 알려달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한니발은 설문지에 답하는 대신 승진(Advancement)의 기회를 주겠다며 "너 스스로(yourself)를 잘 들여다봐야 해"라고 말한다.
이때 'youself'를 유난히 강조하며 말하는데 클라리스는 'yourself'라는 말을 한니발이 쓰기엔 너무 진부한 표현이라며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Yourself'라는 물품보관소를 찾아낸다.
이곳에서 버팔로 빌에 대한 첫 번째 단서인 화장한 남성의 머리와 화려한 여성용 옷을 발견하게 된다.
2. "Advancement, Transformation, Change and Butterfly"
양들의 침묵 영화를 볼 때 '변화'라는 뜻을 가진 단어들을 한니발이 언급한 부분을 잘 보면 버팔로 빌에 대한 힌트를 클라리스에게 주는 부분이라고 한다. 버팔로 빌 사건에서 "변화"라는 의미가 매우 중요함을 암시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소원을 이룰 기회를 주지. 승진(Advancement)의 기회 말이야"
첫번째 만남이 있었던 날 모욕을 당한 클라리스를 다급하게 불러 한니발이 이렇게 말한다. Advancement는 승진, 출세라는 뜻 외에 변화, 발전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 말을 하며 버팔로 빌에 대한 첫 번째 단서인 물품보관소 Yourself의 단서를 준다.
"풋내기 살인자의 변화(Transformation)를 위한 첫 번째 시도"
물품 보관소에 있던 시신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클라리스는 한니발을 찾아간다. 한니발은 이미 죽어있던 시신을 옮긴 것이라고 말한다. 클라리스가 누가 죽인 시신이냐고 묻자 한니발은 "풋내기 살인자의 변화를 위한 첫 번째 시도"라고 답한다.
이때 클라리스는 변화(Transformation)가 무슨 뜻이냐며 되묻자 대답 대신 한니발은 버팔로 빌 사건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말한다. 이때 클라리스도 한니발이 범인을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
여기서 한니발이 풋내기 살인자라고 표현한 이유는 버팔로 빌의 첫 번째 살인을 이 목이 잘린 시신을 말하는 것이고 변화를 위한 첫 번째 시도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기 위해 지금 행하고 있는 연쇄살인의 첫 번째 시도라는 뜻이 아닐까?
"나방이 갖는 의미는 변화(Change)지"
상원의원 딸이 버팔로 빌에게 납치되어 수사가 급박하게 돌아가던 때에 클라리스는 다시 한니발을 찾아왔다. 한니발은 피해자들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는데 그들의 신체 특징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목구멍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고 클라리스가 말하자 나비 종류였냐고 먼저 묻는다.
클라리스는 놀란 기색을 감추고 나방의 종류였다고 말하며 그것의 의미를 묻는다. 한니발은 "나방이 갖는 의미는 변화지. 버팔로 빌 역시 변화를 갈구해."라고 말하며 버팔로 빌에 대한 결정적 힌트를 준다. '변화를 갈구한다'는 의미는 변화를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버팔로 빌은 성 정체성을 찾기 위해 수술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이라는 힌트를 클라리스에게 준다.
3. "버팔로 빌의 본질은 무엇인가?"
클라리스는 다시 한니발을 찾아온다. 그리고 한니발은 버팔로 빌의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여자를 죽이는 것이 그의 본질이라고 답하자 그것은 부수적인 것일 뿐 그는 탐욕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은 매일 보는 것에서 탐욕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의 범행 대상이 본 사람, 지켜봤던 사람 즉, 면식 관계라는 힌트를 준 것이다.
4. "클라리스, 장소가 지나치게 무작위로 흩어지지 않았나?"
클라리스가 교도관들에게 쫓겨나듯 떠날 때 다급하게 돌려 준 사건 파일 중 시신이 발견된 위치를 표시해둔 지도에 한니발은 직접 클라리스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클라리스, 장소가 지나치게 무작위로 흩어지지 않았나? 애써 꾸며놓은 거짓말처럼"
그 메시지를 보고 클라리스는 친구와 함께 추리를 한다. 왜 첫 희생자인데 세 번째로 발견이 되었는지를 시작으로 버팔로 발이 살인을 하는 이유는 탐욕 때문이라고 했고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을 탐한다고 추리하여 첫 희생자와 버팔로 빌이 면식관계라는 것을 알아내고 클라리스는 혼자 첫 희생자의 주변을 탐문하게 된다.
그리고 한니발이 준 짧고 미스터리한 힌트들은 클라리스를 정확하게 범인에게 이끌었다.
클라리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 한니발의 모습
한니발은 버팔로 빌에 대한 수사에 협조하면서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한다며 클라리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돌린 채 첫 번째 질문을 한다.
"어릴 적 가장 아픈 경험은?"
클라리스가 아버지의 죽음이라고 답하자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경찰서장이었던 아버지가 강도들에게 총을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버지는 자신의 전부였다고 말하는 순간 언제나 눈에 힘을 주어 뜨고 있던 한니발의 눈이 힘겹게 천천히 감았다가 떠진다.
그렇게 클라리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다 들은 후에야 허공을 바라봤던 눈이 클라리스를 마주한다.
도살당하는 어린 양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도망쳤다는 클라리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클라리스를 노려보듯이 눈에 힘을 주고 끝까지 응시한다. 어린 클라리스가 살던 곳을 도망쳐 나올 만큼 끔찍했던 공포의 순간을 궁금해한다. 그리고 지금도 한밤중에 깨서 양들의 비명소리를 듣는지 묻는다. 클라리스가 그렇다고 답하자 현재 버팔로 빌에게 납치되어 있는 피해자를 구하면 그 비명이 멈출 거라고 생각하냐고 묻는다. 클라리스가 모른다고 답하자 한니발은 고맙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살인과 어떠한 범죄자에게도 서사를 부여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한니발에게 어린 시절 아픈 경험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리스에게 아픈 경험에 대해 묻고 고개를 돌린 채 얘기를 들었던 이유는 아직도 그 어린시절의 아픔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아픔을 겪은 뒤 고아가 되어 어린 양이 비명소리를 듣고 도망치던 클라리스의 이야기를 들을 때 클라리스를 노려보듯 응시하는 모습은 마치 어린 시절 겪은 아픔이 전환점이 되어 완전히 달라진 자신을 마주하는 것처럼 보였다.
버팔로 빌에게 납치되어 있는 피해자를 구하면 지금도 들리는 그 어린 양들의 비명소리가 멈출 것 같냐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대답한 클라리스에게 고맙다고 말한 이유는 클라리스가 섣부르게 자신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자신도 살인과 식인을 하면 멈출 줄 알았던 그 비명과도 같은 것들이 멈추지 않아 연쇄살인을 저지르게 된 것처럼 그 비명이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클라리스는 어린 시절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FBI가 되어 수많은 범죄와 치열하게 싸우는 방법을 택했고 한니발은 살인과 식인을 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니발은 클라리스의 어린 시절의 아픔 그리고 그 아픔 이 후 지금의 클라리스가 있기까지 결정적인 사건 그리고 그녀가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으로 지금까지 시달리고 있는 그 악몽을 이겨낼 수 있는지가 궁금했던 것 같다.
살인과 식인을 하여 특수 수감시설에 수감되어 있는 자신을 만나러 와서 자신과 눈을 똑바로 맞추고 긴장했지만 애써 강해보이려 하지 않고 자신을 수습요원이라고 당당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에서 그녀에게 호기심이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 대해 질문을 하며 자신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아픔을 극복하는 법을 택한 그녀를 존중하는 마음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버팔로 필을 잡을 수 있도록 그의 방식대로 그녀를 도왔던 것 같다. 어쩌면 그녀가 선택한 방법으로 아픔을 극복해서 더 이상 그 어린 양들의 비명소리를 듣지 않는지가 한니발은 가장 궁금해 한 것 같다.
왜 영화 제목이 양들의 침묵일까?
클라리스와 한니발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한니발은 떠나는 클라리스에게 "용감한 클라리스, 양들의 비명이 멈추면 알려주게." 라고 말한다.
양들이 침묵하는 순간은 자다가 한밤 중에 깨어나 더이상 어린 양들의 비명소리를 듣지 않는 순간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클라리스가 어린 시절의 아픔을 극복하는 순간을 말하는 것이다.
양들이 비명을 멈추는 순간, 양들이 침묵하는 순간은 어린시절의 아픔에서 괜찮아지는 순간, 현재의 두 사람이 있게 한 그 아픔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
한니발은 클라리스가 용감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녀는 어쩌면 양들이 비명을 멈추는 순간, 양들이 침묵하는 순간을 만나게 될 수 있는 강하고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탈옥하여 기어이 자신으로부터 도망친 칠튼 박사를 찾아간 한니발에게는 아마도 영원히 양들의 비명이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이미지출처 | 영화 양들의 침묵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