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희망도 없이 그리고 작은 희망조차 바라지 않고 쓸쓸히 살아가는 지안에게 나타난 박동훈 부장과 후계동 어른들이 무심한 듯 따뜻하게 내민 손. 그 평범한 위로가 한 사람의 인생에 따스한 햇살을 비출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휴먼 드라마 나의 아저씨 리뷰.
드라마 <나의 아저씨> 리뷰
줄거리
후계동에서 나고 자란 삼 형제가 있다. 직장에서 해고되고 손대는 장사마다 말아먹고 급기야 아내와 별거에 들어가 어머니 집에서 머물고 있는 큰 형 박상훈, 20년 넘게 데뷔도 못하고 조감독으로 남아있는 막냇동생 박기훈, 그리고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열심히 회사 생활을 하며 퇴근길에 아내에게 먹고 싶은 것 있냐고 물어보고 장을 봐가는 따뜻한 둘째 박동훈.
"불쌍한 우리 엄마 장례식장에 화환 하나라도 박혀 있고 썰렁하지 않게 문상객 채우려면 어떻게든 회사에 붙어 있어야 된다."
동훈의 형 상훈은 삼 형제 중 유일하게 번듯한 직장이 있는 동훈에게 말한다. 회사에 계속 다녀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장례식장 화환이라는 형 상훈은 실제로 드라마 안에서 가장 적절한 때에 가장 멋있는 방식으로 자신의 신념을 실천한다.
평범한 가장이자, 평범한 회사원, 평범한 아들이었던 동훈에게 박동운 상무에게 갈 뇌물 상품권 오천만 원이 잘못 배달되고 그 장면을 파견직 직원 지안이 유일하게 목격하게 되면서 동훈과 지안의 인연이 시작된다. 사채빚의 독촉에 시달리던 지안은 그 뇌물을 훔쳐 빚을 갚으려고 하지만 장물인 것을 들켜 다시 그 상품권을 들고 회사로 도망친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청소부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그 상품권을 회사 내 쓰레기통에 버린다. 동훈은 그 뇌물을 지안이 가져갔다고 의심하고 그 상품권을 되찾기 위해 형제들을 동원하여 갖은 노력을 하지만 실패한다. 그러다 그 상품권이 쓰레기통에서 발견이 되면서 동훈은 뇌물 오천만 원을 쓰레기통에 버려 버리는 청렴한 사원으로 칭찬까지 받게 된다. 사실 이때까지도 이 형제들 그리고 박동훈도 너무 현실적이고 또 찌질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 아저씨들이 나를 울렸다. 진짜 후계동에 가면 이토록 멋지고 따뜻한 어른들이 살고 계실까?
'사람에게 감동하고 싶다' 나의 아저씨 리뷰
이 드라마의 회사는 화려하고 멋진 빌딩 숲에 있는 대기업도 아니고 주인공들이 사는 후계동 역시 서울 변두리의 조금은 쓸쓸함이 묻어나는 곳이다. 화려한 언변과 뛰어난 능력으로 눈부신 성과를 내는 주인공이 아니라 그저 묵묵히 소신 있게 자신의 일을 하는 아저씨가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는 멋을 내려고도 하지 않고 힘을 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정말 어딘가에 있을 회사에 다니고 어딘가에 있을 후계동에 모여 사는 어른들이 상처투성이로 겨우 혼자 버티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지안에게 따뜻하지만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후계동은 참 재미난 동네이다. 삼 형제의 동네 친구들은 지안에게 어떠한 경계심도 어떠한 편견도 없이 그저 그녀가 동훈의 회사 동료라는 이유만으로도 기꺼이 곁을 내어 준다. 늦은 밤 다 가티 산책이라는 핑계로 지안을 집까지 데려다주고 그녀의 집을 확인하고 그 이웃에 사는 동네 후배를 큰 소리로 불러 동훈의 회사 동료라고 잘 지켜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안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후계동 삼 형제의 모든 친구들 그리고 상훈이 몰래 방바닥에 모아둔 비상금을 모두 털어 주문한 화환으로 장례식장을 가득 채운다. 언제나 혼자였고 지독하게 외로웠던 지안의 옆을 묵묵히 담담하게 지켜준다. 요란하지도 않고 누구 하나 생색을 내는 법도 없이 기꺼이 당연하다는 듯이 함께 해준다.
후계동은 그리고 박동훈은 미래에 대한 어떤 희망도 없이 그저 어두운 터널 안에서 빛이 나기를 바라지조차 않았던 지안이가 홀로 단단하게 뻗어 나갈 수 있는 뿌리가 되어 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버려지고 어른들에게 다친 지안에게 이보다 더한 위로가 있을 수 있을까? 그래도 세상 어딘가에는 이런 어른들이 있고 당신도 이런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세상의 모든 지안이들에게 요란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응원을 건넨다. 화려하지 않아서 그저 평범해서 그 위로와 응원이 마음에 더 와닿았다.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부자도 아닌 그저 평범한 아저씨들이 빚어낸 이 이야기는 정말 내가 위로받고 싶을 때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싶을 때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그런 안식처 같은 드라마이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에 '사람에게 감동하고 싶다'라는 말이 있다. 이 드라마는 그 기획 의도에 굉장히 충실했고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었다. 정말 최고의 드라마, 인생 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