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씽 : 그들이 있었다는 OCN의 시즌제 드라마이다. 영혼이 사는 마을 그리고 그 마을의 영혼이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실종'은 끝도 없는 기다림이다.
미씽 : 그들이 있었다 리뷰
줄거리
"그들이 있었다."
소제목으로 붙은 이 말이 이드라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햇빛 밝을 욱자를 쓰는 김욱은 악질 사기꾼에게 사기를 쳐서 피해자에게 돌려주고 거기서 수수료를 받아 사는 사기꾼들에게 사기 치는 정의로운 생계형 사기꾼이다. 김욱이 납치당한 여성을 구하려다 쫓기고 쫓겨 도착한 곳이 바로 두온마을이다. 두온마을에 처음 도착했을 때 김욱은 전혀 느끼 수 없었지만 그곳은 실종된 망자들이 머무는 마을이다. 그곳에 오면 토마스가 가장 먼저 맞아주고 두온마을에 오기 전 그러니까 살아있을 때 살았던 집과 똑같은 집이 주어진다.
그렇게 두온마을에 자리 잡아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일상을 지내고 희로애락의 감정도 느끼고 축제도 즐기며 함께 살아간다. 두온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언제나 실종되었을 때 그 나이로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그들이 두온마을을 떠날 수 있는 단 한 가지 유일한 방법은 바깥세상 어딘가에 있을 그들의 시체를 찾는 것이다. 어떤 이는 며칠을 머물다 가기도 하고 어떤 이는 일 년, 어떤 이는 십 년, 어떤 이는 더 이상 셀 수도 없을 만큼 오랫동안 머물기도 하는 곳이 바로 두온마을이다.
두온마을은 산 사람들에게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도 볼 수가 없다. 그런데 살아있는 김욱이 바로 그 두온마을에 가서 마을 사람 모두를 보게 되면서 드라마가 시작된다. 두온마을 절벽에서 떨어진 김욱을 구해준 장 씨 역시 살아있지만 두온마을 사람들을 보고 두온마을에 머물기까지 한다. 김욱과 장 씨의 공통점은 모두 가족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김욱은 엄마를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고 있고 장 씨는 놀이공원에서 딸이 실종되었다. 가족들을 찾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인지 그들이 마을에 머물며 실종자들의 시신을 찾아 하늘나라로 갈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김욱이 두온마을에 오기 전 구출하려고 했던 최여나 역시 이 마을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김욱의 엄마도 두온마을에 있었다. 최승건설로 엮인 사람들이 관련된 사건을 해결하고 또 오랫동안 실종 상태인 이들의 시신을 찾아 하늘나라로 보내준다는 해피엔딩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우리와도 함께 있었고 그리고 두온마을에도 있었다.
'새로운 해석과 창의적인 장치' 너무 좋은 드라마
내가 처음으로 이 드라마를 본 부분은 김욱이 두온마을에서 서울로 가기 위해 동네 여기저기를 다닐 때부터였다.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무언가를 숨기듯 수상쩍게 행동을 했고 카페에 들어가 전화를 쓴다고 하니 아주 오래된 옛날 전화기를 내어주고 심지어 전화도 되지 않았다. 또,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던 실종 전단지의 어린아이가 그 마을에서 울고 있었다. 이 마을에 무시무시한 비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마을 사람들을 의심하며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정말 시체를 찾지 못한 실종자들이 모여있는 마을이라는 장치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단순히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설정이었다면 이 드라마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시체를 찾지 못한 실종자들이 모여사는 이 두온마을이라는 설정은 정말 참신하면서도 뜻하지 않게 실종된 실종자들에 대한 작가의 안타까운 마음이 담긴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가 끝난 지금도 최승건설과 관련되어 죽거나 실종된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보다 두온마을 사람들의 저마다의 사연이나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더 마음에 남아있다. 한 때 연인이었던 남자에게 폭행에 살해까지 당한 장미가 살아생전에 느껴본 적이 없었던 사람 사이의 정과 따스함을 느끼며 두온마을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나와 같았을 것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설정은 살아있었음에도 두온마을이 보이고 두온마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김욱과 장 씨 아저씨 역시 그들이 오랫동안 찾았던 이들의 시체를 찾아 하늘나라로 보내주고 난 뒤에는 더 이상 두온마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랑하는 엄마와 사랑하는 딸이 어딘가에 살아있지 않아도 시체라도 찾아 좋은 곳에 보내주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이 그들을 두온마을로 이끌었을 것이다.
'미씽 : 그들이 있었다'는 실종된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들이 어딘가에서 고통 없이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 것이라는 염원과 그리고 언젠가는 그들의 시체라도 찾아 좋은 곳으로 보내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담긴 따뜻한 드라마이다. 어딘가에 정말 두온마을처럼 실종된 사람들이 그들의 시체를 100년을 찾지 못해도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