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보다 드라마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아무래도 영화보다 더 많은 서사가 부여되고 등장인물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내가 더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인 것 같다. 그중에서도 드라마에 숨은 장치를 해석하고 나름대로 범인을 추리하고 반전을 예측하며 볼 수 있는 범죄 스릴러 장르를 가장 좋아한다. 내가 본 드라마 중 TVING에서 볼 수 있는 내가 가장 재미있게, 심장 쫄깃하게 본 범죄 스릴러 드라마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1. 시그널
tvN 드라마 그리고 한국 드라마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작 오브 명작
- 연출 | 김원석
- 극본 | 김은희
진양시의 한 초등학교의 학생인 김윤정이 실종되면서 드라마가 시작한다. 윤정과 같은 반 친구였던 박해영은 윤정이가 실종된 날 어떤 여자와 함께 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는 남자 의대생. 해영은 자신이 본 사실을 경찰에 얘기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가지만 어느 경찰도 어린 해영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실종되었던 윤정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고 범인 검거에도 실패하면서 15년이 지나도록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었다. 15년 뒤, 해영은 경찰이 되었고 김윤정 살인사건 공소시효 만료 3일 전 운명의 배터리 없는 무전기를 만나게 된다.
배터리가 없는 무전기로 연결된 과거의 이재한 형사와 현재의 박해영 경위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미제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로 예측 불가의 전개로 극의 몰입도가 굉장히 높다. 치밀한 구성과 탄탄한 스토리로 배터리가 없는 무전기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해영의 어린 시절, 형의 사건으로 연결된 이재한 형사와 박해영 경위의 스토리 또한 극의 개연성을 극대화시키며 처음 볼 때보다 두 번, 세 번 볼 때 드라마의 흐름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어 더욱 빠져들어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아마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는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2. 마우스
"그날 난 신에게 기도했다. 제발 괴물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 연출 | 최준배
- 극본 | 최란
사이코패스는 사회가 진화하면서 생겨난 돌연변이 유전자이며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구별해 미래의 연쇄살인마를 출생 전에 찾아낼 수 있다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유전학 박사 대니얼 리의 획기적인 연구결과가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틀이다. 이 검사의 정확도는 99%라고 한다. 나머지 1%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천재 유전자를 가진 사람으로 사이코패스 유전자와 천재 유전자를 실제 비교해보면 유전자 구조가 거의 흡사해서 이 이론을 발표한 대니얼 리조차 구별이 불가능하다. 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엄마 뱃속에서부터 이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가졌다고 판정을 받은 두 아이가 주인공이다.
한 아이의 아버지는 희대의 연쇄살인범이었고, 한 아이의 아버지는 공을 잡기 위해 차도로 뛰어든 아이를 구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이 두 아이의 엄마가 만나게 되면서 운명적인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드라마 마우스는 일반적이지 않은 전개로 대사, 장면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추리하고 싶게 만든다. 조금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난 그것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예측할 수 없고 진부하지 않은 전개, 그리고 드라마를 다 보고 난 뒤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드라마이다. 나는 이 드라마가 배우 이승기의 대표작이며 현재까지 가장 완벽한 한국형 범죄 사이코 스릴러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3. 괴물
괴물은 누구인가?
- 연출 | 심나연
- 극본 | 김수진
20년 전 소도시 만양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 그리고 그 때 실종된 동식의 여동생과 집에 남겨진 토막 난 열 개의 손가락. 그로부터 20년 후, 만양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화롭고 20년 전 자신의 동생 실종사건의 유력 용의자였던 동식은 경찰이 되었다. 서울 경찰청의 엘리트 한주원 경위가 동식이 근무하는 만양 파출소로 전출을 오게 되고 동식과 파트너가 된다. 그리고 평화로웠던 만양의 갈대밭에서 백골 사체가 발견된다. 이동식과 한주원은 서로를 의심한다. 그 와중에 두 사람은 토막난 손가락 10개가 가지런히 놓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20년 전 연쇄살인사건으로 무산된 만양의 재개발이 다시 재개되려고 할 때, 또다시 20년 전의 악몽이 시작된 것이다.
동식의 시선과 주원의 시선으로 점점 진실에 다가간다. 동식과 주원처럼 끝없이 추리하고 모두를 의심하면서 보면 아주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는 드라마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해져 '심리 추적 스릴러'라는 별칭에 딱 맞는 전개를 보여준다.
4. 비밀의 숲 1, 2
모두가 동기를 가진 용의자다.
- 연출 | 시즌1, 안길호 | 시즌2, 박현석
- 극본 | 이수연
비밀의 숲 시즌 1을 본 사람은 반드시 시즌 2를 시청할 수밖에 없다. 1편은 그만큼 굉장히 완벽한 드라마다. 연출, 극본, 연기 그리고 엔딩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 일반 사람들은 뉴스의 조각으로 밖에 접할 수 밖에 없는 정경유착으로 시작된 박무성 살인사건 현장을 황시목 검사가 최초로 발견하게 되면서 드라마가 시작한다. 뇌 수술 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황시목 검사만이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그 과정은 때로는 숨을 참고 봐야 할 정도로 굉장히 속도감 있고 몰입하게 된다. 1화를 보기 시작했다면 16부작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시즌 2는 검사와 경찰의 이야기를 주를 이룬다. 검경 수사권 조정 최전선에서 시즌1의 환상의 짝꿍이었던 검사 황시목과 형사 한여진이 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시즌 1이 그랬던 것처럼 전혀 상관이 없어 보였던 하나의 사건을 시작으로 은폐된 사건들이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시즌 1의 영향력이 워낙 커서 시즌 2가 조금 힘을 잃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래도 비밀의 숲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황시목 검사와 한여진 경감이 비밀의 숲으로 가려진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방식은 힘이 있다. 시즌 3를 기대하는 것은 나의 욕심일까?
5. 로스쿨
양크라테스, 김명민의 드라마 로스쿨
- 연출 | 김석윤
- 극본 | 서인
빠르고 속도감 있는 전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내가 로스쿨 학생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로스쿨 캠퍼스 안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살인 사건에 로스쿨 교수와 학생들이 용의선상에 오르면서 로스쿨 교수와 학생답게 사건을 파헤친다.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를 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기존의 수사물과는 다르다. 그것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다양한 사연으로 얽힌 로스쿨 교수와 학생들이 법을 가르치고 공부하는 사람들답게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마치 로스쿨생이 되어 현장실습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좋았던 것은 멋진 어른들이 있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법을 사랑하고 학생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스승님들이 학생들을 이끌고 그리고 이 드라마도 이끈다.
6. 나인 : 아홉번의 시간여행
또 질 수는 없어. 마지막에는 내가 이길 거다.
- 연출 | 김병수
- 극본 | 송재정, 김윤주
이 드라마의 진정한 시작은 언제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1회가 타임라인의 시작일까? 비극적인 가족사를 지닌 박선우가 네팔에서 20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신비의 향 9개를 얻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그리고 선우는 자신의 가족들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일련의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서 재미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한 것은 선우가 시간 여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과거에서 변화가 일어나 현실에 반영되는 모든 변화를 인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복잡하게 오고 가는 타임라인의 탄탄한 개연성과 납득할 수 있는 인과관계의 반영이 이 드라마에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
2013년 드라마를 나는 2022년에야 보았다. 드라마가 끝난 뒤 몰아보는 것을 좋아해서 방영 당시에 안 본 것도 있지만 20부작이라 선뜻 시작하는 게 어렵기도 해서 지금까지 안 본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한국형 타임슬립 장르물의 시작을 방영 당시 어떠한 스포일러도 없이 접하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그리고 나에게도 영훈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도 생각해본다.
7. 트랩
블라인드 스폿, 우리가 놓친 1mm
- 연출 | 박신우
- 극본 | 남상욱
"알 수 없는 덫에 걸린 국민 앵커의 충격적인 전말을 그린 하드보일드 추적 스릴러 드라마"
이것이 이 드라마의 소개이다. 나는 '하드보일드'라는 말을 처음 들어봐서 찾아보니 '하드보일드는 장르라기보다는 스타일을 말하는 것으로 자연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주제를 냉철하고 무감한 태도로 묘사하는 특징을 가진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정말 이 다섯 글자로 이 드라마를 완벽하게 설명한다. 잔인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7부작에 적절히 담아서 그려낸다.
솔직히 전개상 답답한 면도 있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드라마의 큰 줄기가 갖는 힘이 굉장히 크다. 그리고 솔직하다. 정의는 언제나 승리하지 않는다. '그래, 이 정도면 그래도 잘 싸웠다.'라는 정도가 현실인데 이 드라마는 그것을 굉장히 솔직하게 그려내고 인정한다. 극악무도한 인간들과 맞서기에 평범한 사람들은 힘이 없고 나약하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옳은 일을 한다는 그거 하나 있을 뿐이다. 그 부분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이 드라마 전개를 답답하게 느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주말 하루 누워서 몰아보기 딱 좋은 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