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는 학창 시절의 친구들이 25년 후 죽음을 앞둔 친구를 위해 다시 뭉친다. 우리 모두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찬란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 '써니'의 리뷰이다.
영화 '써니' 리뷰
영화 '써니' 멤버 소개
임나미 (심은경, 유호정 분)
전라남도 벌교에서 서울 진덕여고로 전학 온 학생이다. 전학 온 첫날 장미의 짝꿍이 되었고 일진들이 나미를 괴롭힐 때 장미와 춘화가 도움을 주면서 춘화 무리와 어울리게 된다. 공부도 잘하고 순수하지만 할머니를 닮아 욕도 잘한다. 현재는 딸 하나를 둔 가정주부로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남편과 다복하게 살고 있다.
하춘화 (강소라, 진희경 분)
7 공주 써니의 리더로 나미를 가수 빙글빙글의 나미라며 먼저 악수를 건네고 나미를 위험에서 구해주는 멋지고 호방한 친구이다. 그 시절 게임 잘하는 사람이 대우받고 전화 통화도 걸어 다니면서 하고 컴퓨터도 들고 다닐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내다본 안목과 통찰력으로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
김장미 (김민영, 고수희 분)
항상 쌍꺼풀에 신경을 쓰는 장미의 집이 친구들의 아지트이다. 장미 오빠의 친구 준호를 보고 나미가 첫눈에 반하기도 한다. 장미의 아버지는 군사정권 시절 장성급 군인으로 윤택한 삶을 살았으나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의 사업 실패로 도망을 다니기도 했다. 보험설계사로 일을 하고 있지만 실적이 그리 좋지 못하다.
황진희 (박진주, 홍진희 분)
국문학과 교수님의 딸이지만 꿈이 욕 사전을 집필하는 것일 정도로 욕을 잘하기도 하고 즐겨한다. 현재는 부유하게 살고는 있으나 남편이 바람을 피워 속을 썩고 있어 써니 멤버들이 출동하여 혼을 내준다.
서금옥 (남보라, 이연경 분)
서치과집 무남독녀 외동딸로 구김살 없고 밝고 명랑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성질머리가 대단했다. 작가가 꿈인 문학소녀였던 금옥은 재개발 지역 작은 아파트에서 시어머니한테 고된 시집살이를 당하며 살고 있고 그 대단한 성질머리도 다 죽어 옛날 천방지축 말괄량이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류복희 (김보미, 김선경
복희의 어머니는 미스코리아를 배출한 명동의 대형 미용실을 운영해서 복희도 미스코리아가 꿈이었다. 언제나 미스코리아 같은 머리를 하고 멋도 제법 부릴 줄 아는 친구였지만 복희 어머니의 사업이 급격히 기울고 사채까지 끌어다 쓰면서 집안이 어려워지자 학교도 자퇴하고 생업전선에 뛰어들게 되었다. 그러다 술집에서까지 일을 하게 되고 알코올 중독 증상에 생활고로 딸과도 함께 살지 못하고 있다.
정수지 (민효린, 윤정 분)
예쁜 외모로 당시에 잡지 모델도 하고 도도한 성격이지만 써니 멤버들과의 의리는 잘 지키는 친구이다. 나미에게는 처음에는 까칠하게 굴었지만 점점 가까워지는 인물로 학생 신분으로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지만 뛰어난 외모로 대외적으로는 많은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불량 학생 상미가 본드를 흡입하고 휘두른 깨진 유리병에 얼굴에 큰 상처를 입게 되고 그 뒤로 자살기도를 했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써니 멤버들과 연락이 끊게 되었다.
영화 '써니' 줄거리
나미는 고등학생 딸을 키우며 남편을 내조하는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교복을 입고 몰려다니며 까르르 웃는 학생들을 보며 괜한 웃음이 지어지기도 하고 옛날 사진을 괜스레 꺼내 보기도 한다. 바쁜 남편과 사춘기 딸 사이에서 옛 추억이 더욱 그리웠을 것이다.
나미의 친정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있어 병문안을 갔다가 입원실에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자신의 고등학교 7 공주 '써니'의 리더 하춘화였다. 혹시나 싶어 조용히 들어간 병실을 천천히 살펴보던 중 자신이 처음 전학 온 날 가수 빙글빙글 나미라고 불렀던 춘화가 빙글빙글 노래를 부르며 나미를 보고 있다. 나미는 폐암 환자로 2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병원에 홀로 있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나미에게 춘화는 써니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찾아 달라고 말한다. 25년 동안 만나지도 못하고 연락도 안 되었던 친구들을 나미가 찾아 나서게 되고 그때의 추억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25년 후의 친구들을 하나둘씩 만나게 된다. 다들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그때 아무 걱정 없이 같이 있기만 해도 재미있었던 시절의 친구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시 만난 그들은 그때도 친구였고 지금도 친구이다.
가장 찬란했던 그 시절의 나를 그리워 하게 되는 영화 '써니'
되돌아갈 수 없는 학창 시절은 시간이 갈수록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아마 병실에 혼자 있던 춘화는 더욱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나미가 다행히 춘화의 이름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아서 춘화가 마지막을 외롭지 않게 친구들을 만나고 자신이 가진 것들을 힘든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도움이 되어 줄 수 있어서 행복하게 떠날 수 있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춘화는 써니의 리더로 언제나 친구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친구였다. 수지의 사고로 써니가 마지막으로 뭉쳤던 날 춘화는 친구들에게 죽어서도 써니는 해체하지 않는다고 "잘 산다고 모른 척하면 쫓아가서 응징할 것이고 못 산다고 주눅 들어 있으면 잘 살 때까지 못 살게 굴 거다."라는 시원한 명언을 날리며 혼란스럽고 겁에 질린 친구들을 하나로 모았다. 그리고 25년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친구들에게 자신에의 마지막 길에 이 약속을 모두 지키고 떠난다.
춘화의 유서는 정말 춘화의 친구가 아닌데도 큰 위로도 받고 교훈도 준다. 돈 걱정 없이 잘 사는 친구들에게는 써니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리더, 부리더를 맡긴다. 그리고 보험설계사인 장미에게는 친구들의 보험을 종류별로 모두 들어주고 보험료 전액을 일시불로 납입하는 플렉스를 하며 보험왕을 선물한다. 그리고 시어머니와 같이 살며 기도 못 펴고 주눅 들어 있던 금옥에게는 국문학 전공을 살려 자신 소유의 출판사에서 인턴으로 시작해 6개월 후에는 정직원 6년 후에는 경영 사장을 맡긴다고 망하면 데리로 온다는 임팩트 있는 한 방을 주고, 가장 힘들게 살고 있었던 친구 복희에게는 딸과 함께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주고 생활비, 교육비, 등록금까지 모두 지원하고 재활치료를 잘 받으면 금옥의 출판사 1층에 원하는 가게 창업을 시켜주라는 솔로몬도 울고 갈 해답을 내놓았다. 아마 이런 모습만 봐도 춘화가 혼자서 사업가로 대성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지막 춘화의 영정 앞에서 친구들이 Boney M의 Sunny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은 단연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누가 춤을 출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마지막까지 춘화는 평범하지 않은 대단한 발상의 전환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끝까지 연락이 되지 않았던 수지에게 연락이 닿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신문기사에 띄운 하춘화 은퇴 공연 부고를 보고 찾아온 수지가 친구들을 보며 환하게 웃는 장면에서 그들의 학창 시절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 어리고 찬란했던 시절은 그토록 소중한지도 모르고 지나왔지만 그래도 마냥 웃기고 재미있었던 추억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따금씩 미소 지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행복일 것이다.